04/03/2026
📍 13 사려니의 시선 | 어제의 나는 타인이다
제주 여행의 마지막 날, '신성한 곳'이라는 의미를 가진 사려니숲길을 찾았습니다.
치솟은 삼나무들의 거대한 벽. 그 질서 정연한 침묵 앞에 굳이 낮추지 않아도 저는 저절로 낮아집니다. 이 거대한 숲은 도시의 잡음과 이명을 삼키고, 대신 내면에서 토해내는 소리에 집중하게 합니다.
"어제의 나는 이미 타인이다."
숲을 걸으며 생각합니다.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는 것이 나를 성장시키듯, 어제의 나를 타인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반성과 이해가 가능해집니다.
숲이 부여한 소음(消音, 소리를 없애다)을 벗어나 다시 세상의 소음(騷音, 시끄러운 소리) 속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두렵지만은 않습니다. 잠시 소란을 견딜 수 있는 단단한 방어막 하나를 이 숲에서 얻었기 때문입니다.
"풍경을 읽고 시간을 설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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