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책방삼촌의 여행 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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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삼촌의 인문학적 여행 큐레이션.
소규모 단체 및 기업을 위한 맞춤형 여행 기획.

📍 13 사려니의 시선 | 어제의 나는 타인이다제주 여행의 마지막 날, '신성한 곳'이라는 의미를 가진 사려니숲길을 찾았습니다.치솟은 삼나무들의 거대한 벽. 그 질서 정연한 침묵 앞에 굳이 낮추지 않아도 저는 저절로...
04/03/2026

📍 13 사려니의 시선 | 어제의 나는 타인이다

제주 여행의 마지막 날, '신성한 곳'이라는 의미를 가진 사려니숲길을 찾았습니다.

치솟은 삼나무들의 거대한 벽. 그 질서 정연한 침묵 앞에 굳이 낮추지 않아도 저는 저절로 낮아집니다. 이 거대한 숲은 도시의 잡음과 이명을 삼키고, 대신 내면에서 토해내는 소리에 집중하게 합니다.

"어제의 나는 이미 타인이다."

숲을 걸으며 생각합니다.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는 것이 나를 성장시키듯, 어제의 나를 타인으로 바라볼 때 비로소 반성과 이해가 가능해집니다.

숲이 부여한 소음(消音, 소리를 없애다)을 벗어나 다시 세상의 소음(騷音, 시끄러운 소리) 속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두렵지만은 않습니다. 잠시 소란을 견딜 수 있는 단단한 방어막 하나를 이 숲에서 얻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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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여정은 '협재노을펜션'의 숙박 지원을 받아 기획자의 솔직한 시선으로 기록했습니다.📍12 협재의 시선 | 오버스펙의 미학과 정밀한 사치매뉴얼이 있는 호텔을 선호하던 제게, 펜션은 늘 조심스러운 선택지였습니다. ...
01/03/2026

※ 본 여정은 '협재노을펜션'의 숙박 지원을 받아 기획자의 솔직한 시선으로 기록했습니다.

📍12 협재의 시선 | 오버스펙의 미학과 정밀한 사치

매뉴얼이 있는 호텔을 선호하던 제게, 펜션은 늘 조심스러운 선택지였습니다. 하지만 협재의 한 독채 공간에서 그 견고한 편견이 기분 좋게 무너졌습니다.

스위치 한 번에 열리는 전동 커튼,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주방 기기, 그리고 완벽히 분리된 3개의 욕실. '굳이 왜 이렇게까지?'라는 의문이 들 만큼, 화려하기보단 단정하고 정밀한 사치가 공간 곳곳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의 하룻밤은 단순한 공간의 대여가 아니라, 누군가의 철학이 담긴 '밀도 높은 경험'을 통째로 빌려온 기분이었습니다. 호텔 리조트에만 감흥하던 사람마저 무장해제 시켜버린 압도적인 디테일. 기획자의 시선으로 꼼꼼히 뜯어본 이 공간의 진짜 매력은 아래 기록에 남겨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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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상가리의 시선 | 이식된 환상도 이젠 제주다여행의 유일한 입장료 지불을 잠시 망설이다 결정했습니다. 환상에도 대체로 비용이 듭니다. 저는 잠시 여행자 신분을 벗고, 계산된 즐거움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되어 숲...
28/02/2026

📍 11 상가리의 시선 | 이식된 환상도 이젠 제주다

여행의 유일한 입장료 지불을 잠시 망설이다 결정했습니다. 환상에도 대체로 비용이 듭니다. 저는 잠시 여행자 신분을 벗고, 계산된 즐거움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되어 숲으로 들어섭니다.

이곳의 숲은 사진을 위해 정교하게 연출되어 있습니다. 사람들은 줄을 서서 그 연출 안에 몸을 넣고, 프레임에 담긴 모습은 잠시 동안 행복한 현실이 됩니다. 동남아시아의 대표 이미지가 요구에 의해 이식되어 재배된 곳. 완벽한 환상 속에서 살 수는 없으나, 우리는 이런 장치 안에서 잠시 현실을 잊습니다.

하지만 숲 한쪽 구석에 쌓인 야자수 잎들의 잔해를 봅니다. 열대의 식물이 제주의 매서운 한파와 강풍을 견디는 것은 치열한 생존의 결과입니다.

버려진 잎들은 그 생존의 고백입니다. 내가 사는 불완전한 세계로 돌아가기 전, 조작된 숲 속에서도 묵묵히 버텨낸 나무들의 기운에서 묘한 위로를 얻습니다. 우리가 하루하루를 살아내듯 힘겹게 뿌리내린 이 야자수들의 풍경, 이곳도 이제는 제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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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연화의 시선 | 고립된 물과 다정한 경계 사이에서길을 가다 우연히 만난 조용한 연못. 물은 고여 멈춘 듯 흐르고, 이 잠시 동안의 고립도 하나의 법칙처럼 느껴집니다.갈색 연잎의 잔해들이 수면을 덮은 10월의...
27/02/2026

📍 10 연화의 시선 | 고립된 물과 다정한 경계 사이에서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난 조용한 연못. 물은 고여 멈춘 듯 흐르고, 이 잠시 동안의 고립도 하나의 법칙처럼 느껴집니다.

갈색 연잎의 잔해들이 수면을 덮은 10월의 폐허 속, 연꽃 몇 송이가 기어코 남아 있습니다. 지는 것들 사이에서 홀로 남는다는 것은 비현실적인 장면이지만, 생존의 의지는 늘 그런 극적인 순간을 빌려 스스로를 증명해 냅니다.

산책로 초입의 밝고 노란 카페와 짙고 어두운 연못. 그 선명한 대비가 곧 우리의 현실 같습니다. 돌담 위 기와에 적힌 '당신이 있어서 오늘도 행복합니다'라는 문구를 봅니다. 행복은 결국 타인의 존재를 요구하는 일인가 싶어요.

물은 고독하고, 경계는 다정하며, 우리의 삶은 늘 이 둘 사이에 놓여 있습니다. 정지한 물처럼 스스로 견디면서도, 때로는 저 노란색 카페의 유효한 다정함을 믿어보며 우리는 각자 버티고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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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 한림의 시선] 고르지 않을 자유"있는 것 중에 원해야 하는 시장이 있습니다."마침 장날이라 한림민속 오일 시장에 들렀습니다. 이곳은 내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극히 한정된 범주 내에서,...
26/02/2026

📍 [09 한림의 시선] 고르지 않을 자유

"있는 것 중에 원해야 하는 시장이 있습니다."

마침 장날이라 한림민속 오일 시장에 들렀습니다. 이곳은 내가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극히 한정된 범주 내에서, '있는 것 중에 원해야 하는' 곳입니다. 인생에서도 그런 선택을 해야만 할 때가 자주 찾아오곤 하지요.

시장 구석구석을 돌고 돌다 결국 빈손으로 나왔습니다. 세상에 올 때처럼, 떠날 때처럼 시장을 나서는 제 손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습니다. 굳이 무언가를 고르지 않아도 되는 '자유'를 골랐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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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 협재의 시선] 바다를 본다는 것은 빛을 본다는 것바다 역시 물이 전부가 아닙니다.맑고 찬란한 기억으로 남은 협재 해수욕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야속하게도 하늘이 어두운 구름으로 막혀 있었습니다. 바다를 보는...
25/02/2026

📍 [08 협재의 시선] 바다를 본다는 것은 빛을 본다는 것

바다 역시 물이 전부가 아닙니다.

맑고 찬란한 기억으로 남은 협재 해수욕장을 다시 찾았습니다. 야속하게도 하늘이 어두운 구름으로 막혀 있었습니다. 바다를 보는 건 결국 빛을 보는 일이라,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습니다.

해변을 이리저리 서성이는 사이, 다행히 하늘이 잠시 열리고 내가 알던 협재의 바다가 돌아오기 시작했습니다. 빛을 찾은 바닷물은 점점 밀려 들어오고, 그 찰나의 색을 본 것에 만족하며 다시 걸음을 옮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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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지의 시선 02] 고요가 고요로 불리는 이유속도를 늦추는 것이 뒤처지는 건 아니라는 뻔한 사실.가려던 마음과 멈추려는 마음 모두에서 벗어나 목적 없이 걷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사이 태동하는 예술,...
21/02/2026

📍 [저지의 시선 02] 고요가 고요로 불리는 이유
속도를 늦추는 것이 뒤처지는 건 아니라는 뻔한 사실.

가려던 마음과 멈추려는 마음 모두에서 벗어나 목적 없이 걷습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사이 태동하는 예술, 그 은밀한 노동의 기운이 숲 사이로 스며 나옵니다.

소란이 존재하기에 고요가 나머지를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소란이 없으면 고요는 고요로 불리지 않습니다. 미술관의 휴관이 내어준 고요 속에서, 속도를 늦추는 것이 결코 뒤처지는 것이 아님을 다시 확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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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지의 시선 01] 갇히지 않은 미술관미술관이 꼭 건물 실내에 갇힐 필요는 없습니다.제주현대미술관의 휴관일임을 알고도 그곳을 찾았습니다. 정돈된 듯 아닌 듯한 돌담과 숲이 이어지는 진입로를 걷기 위해서였습니다....
20/02/2026

📍 [저지의 시선 01] 갇히지 않은 미술관
미술관이 꼭 건물 실내에 갇힐 필요는 없습니다.

제주현대미술관의 휴관일임을 알고도 그곳을 찾았습니다. 정돈된 듯 아닌 듯한 돌담과 숲이 이어지는 진입로를 걷기 위해서였습니다. 경계를 나누기보다 숲의 번성을 지켜주는 지지대 같은 돌담 사이를 지납니다.

차라리 쓰러질지언정 휘청이길 거부하며 자리를 지키는 돌의 마음. 돌과 나무, 바람의 경연을 관람하는 것이 이 산책길에 열린 전시입니다. 바다에서 넓은 시야로 외부를 관찰했다면, 이곳의 숲길은 시야를 좁혀 내면으로 침잠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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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월의 시선 05] 거친 진정성과 오래 남는 여운제주의 방식은 때로 손님을 배척하기도 합니다.몽환적인 분위기에 이끌려 찾은 카페 '해화탕'. 오래된 사우나의 습기와 냄새가 섞인 그곳은 관광객을 위해 매끈하게 정...
18/02/2026

📍 [애월의 시선 05] 거친 진정성과 오래 남는 여운
제주의 방식은 때로 손님을 배척하기도 합니다.

몽환적인 분위기에 이끌려 찾은 카페 '해화탕'. 오래된 사우나의 습기와 냄새가 섞인 그곳은 관광객을 위해 매끈하게 정비된 공간은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제주의 시간과 습도를 있는 그대로 담아낸, 거친 진정성이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그 투박함이 때로는 불편할지라도, 그것이 제주의 진짜 얼굴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산 우도 땅콩 과자 한 봉지는 여행이 끝나고 보름이 지나도록 곁에 남아 있었습니다. 오래도록 곱씹을 수 있는 이 간식처럼, 이 제주 여행의 여운도 제가 쓰는 글과 함께 꽤 길게 유지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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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2/2026

📍 [애월의 시선 04] 감수성의 연장을 허락받는 바다
제주 바다의 색을 보는 것만으로 충족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애월한담공원 언덕에 서서 곽지로 이어지는 올레길 15-B코스를 내려다봅니다. 포근하면서도 강한 바람을 맞으며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바다의 색을 보며 여전히 변함없이 감동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합니다. 감수성의 연장을 허락받는 기분입니다.

곽지해수욕장의 과물노천탕 앞에서는 잠시 발길이 멈췄습니다. 용천수가 솟아나는 그곳에 몸을 담가보지 못한 것이 이제야 못내 아쉽습니다. 역시 하지 않은 일이 주는 후회가 더 짙게 남는 법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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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월해안도로 03] 멈춘 듯이 가는 여행의 완성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부끄러운 고백.구엄리 돌염전 앞, 지붕 달린 평상에 누웠습니다. 30도를 웃도는 10월 초입인데 이 평상에만 서늘한 바람이 지납니다. ...
13/02/2026

📍 [애월해안도로 03] 멈춘 듯이 가는 여행의 완성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부끄러운 고백.

구엄리 돌염전 앞, 지붕 달린 평상에 누웠습니다. 30도를 웃도는 10월 초입인데 이 평상에만 서늘한 바람이 지납니다. 바다를 보다가 하마터면 잠들 뻔했습니다.

담장 너머를 기웃거리다 눈이 마주친 강아지 한 마리. 간식거리 없는 빈손에도 마음을 열어준 순진한 눈망울 앞에서 뭉클하고 부끄러워집니다. 번호표를 받아 대기하는 유명한 라면 가게의 인파를 지나, 저는 구엄마을의 고요한 골목에서 제주가 전하는 메시지에 귀를 기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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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1/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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